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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짜 점심 먹으려 아침 9시부터 줄… 겨울이 더 서글픈 어르신들 [르포]

odegq 2025. 2. 6. 05:0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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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짜 점심 먹으려 아침 9시부터 줄… 겨울이 더 서글픈 어르신들 [르포]

 
5일 오전 9시쯤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무료 급식소인 '명동 밥집'에 식사하러 온 사람들의 모습


천주교 한마음한 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'명동 밥집'에 긴 줄이 늘어섰다. 역대급이라는 강추위가 무색했다. 공짜 점심을 기다리는 이들 대부분은 서울 각지에서 찾아온 60~70대 노인이었다.

5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내 명동 밥집 입구에는 50여 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. 배식이 시작되려면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. 명동 방집은 매주 수요일, 금요일,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동작구에서 왔다는 70대 A 씨는 "식사하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"이라며 "다른 무료 급식소와 달리 명동 밥집이 맛도 좋고 깨끗해서 자주 온다"라고 말했다. 노원구에 거주하는 70대 B 씨는 "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밥 한 그릇 사 먹기도 어렵다. 특히 올해가 더 힘들어서 자주 찾아올 예정"이라고 말했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밥집 안에선 센터장인 백광진 신부가 대형 솥에 메인 메뉴인 부대찌개를 끓이고 있었다. 백 신부는 "코로나 때인 2021년부터 명동 밥집을 운영했다. 하루에 400명 정도 오던 사람들이 이제는 900명 넘게 찾아온다"라고 말했다. 그는 "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.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걸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"라고 말했다.

4년째 봉사하고 있는 C 씨는 현장에서 노인 빈곤율이 심해졌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. 그는 "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걸 보면 서글프다. 노인 빈곤 문제가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"라고 말했다.

5일 오전 10시쯤 점심 시간에 맞춰 노인들이 서울 중구 명동 밥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
 
 
 
 
 
 
 
 
 
노인 10명 중 4명 '빈곤'…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개선책 부족
 
우리나라의 극심한 노인 빈곤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.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가처분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8.2%다.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 50% 이하인 비중을 뜻한다. 2023년 중위소득은 3757만원으로,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이 연간 1878만원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. 경제협력개발기구(OECD)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40.4%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.
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 추이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
올해 초고령사회(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중 20% 이상)로 진입하지만 노인 빈곤 문제의 개선책은 여전히 부족하다. 고물가와 재원 부족이 겹치면서 해결 방안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.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"연금 액수를 올려도 빠르게 오르는 물가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고, 정년 연장을 해도 후속 세대들과 갈등이 불가피하다"며 "이래저래 해결책이 없는 실정"이라고 말했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"지금 70~80대는 자녀 교육에 모든 걸 쏟아부어 노후 대비를 못 했다. 연금도 50만 원 정도를 받는데, 이 금액으론 생활이 불가능하다"라고 말했다. 이어 "복지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이 많은 금액을 정부 재정으로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"라고 말했다. 서 교수는 "가장 좋은 해법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와 출산율도 올리는 것이다. 그래야 노인 부양비를 줄일 수 있다"며 "미국의 경우는 신성장 산업을 유치하려고 관세 전쟁도 불사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 싸움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"라고 말했다.

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. 20%가 넘으면 초고령화사회로 분류된다.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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